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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고, 무덤 속에서 기다릴 순 없었어요”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1-21 16:12

암 투병 중 詩 연재하는 김해영 시인

2010년 연말 밴쿠버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해영 시인이 시 연재가 가능하냐고 문의해왔다. 암투병을 하며 적은 시를 환우(患友)와 이웃과 나누며 용기를 북돋고 싶다고 했다.

신문장이 입장에서는 원고 확인이 우선. 원고를 받아보고 꾸밈없는 목소리 나는 시가 좋다 싶어 게재하자고 했다. 그러나 전제로 인터뷰를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

장기간 한 시인의 시를 연재하는 신문 문법상 파격을 위해서는 독자들도 납득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김 시인은 처음에는 인터뷰 요청에 사양했다. “제 몸 추스리지 못해 병에 걸린 걸 동네방네 떠들 수 없고… 그렇지 않아도 암에 노이로제 걸린 독자들을 신년 벽두부터 긴장시키는 게 좀 그렇네요”

기자는 “희망과 용기를 주겠다는 목적성을 인터뷰로 분명히 하자”고 답장을 썼다. 그리고 2011년 새해를 맞이해 김 시인을 만나서 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를 읽고 떠올리는 감상은 독자의 몫인 만큼 그 부분은 기자수첩에서 따로 떼어놓고, 희망과 용기를 적어본다.

 

암 투병 중인데… 미안하지만,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유방암으로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은 지 일주일 됐어요. 다른 치료를 대기 중이지요. 평소 낙천적이고 활동적으로 살아서 암에 걸릴 거라 예상 못했지요.

(투병 전) 지론으로는 암에는 수가 없으니 나는 치료 안하고 산으로 들어가겠다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보이고 싶었는데 별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괜찮을 거야. 당당했다가, 이게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결국 수긍하고 암하고 더불어가자 결심했습니다”

 

투병은 언제 시작하셨습니까?

“지난해 팔월 이십날에 암 가능성을 얘기 듣고 클리닉에 가서 매모그라피(Mamography), 니들 바이옵시(Needle biopsy) 등 각종 검사를 거쳤지요. 그리고 MRI검사를 기다리면서 록키 특별 산행을 갔어요.

왜냐면… 급행으로 처리해도 15일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대로 있으면 무덤 속이라. 집에 있었으면 지래 죽었을 것 같아요. 산행을 가길 잘했어요. 거기서 마음이 많이 정리가 됐어요.

이제 세상을 떠나도 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데 무엇을 아둥 바둥 하는가. 그리고 9월에 부분 절제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11월 키모를 시작했구요. 이제 끝나서… 앞으로 방사능 치료 4주, 주 5일 대기하고 있습니다.”

 

창작에너지가 고갈되는 고행의 길에서 시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시를 쓰십니까?

“지렁이처럼 굼벵이처럼 터널 속을 기어가더라도, 터널 끝에 등불로 시를 걸어 두었어요. 예전에는 제 시는 예쁜 기교를 쓰고자 했는데, 이제는… 뭐라고 그럴까… 생 목소리있잖아요? 시가 생목소리로 나와요. (투병하며) 일상과 사람을 재발견했어요.

그간 살피지 못했던 것들, 평범하고 작은 것이 눈부시게 소중한 것이란 것을 알았고, 느닷없는 일에 좌절이나 고통을 겪어도 그 안에는 따스한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시어로 담아 저를 포함해 환우와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면 합니다. 지금 써놓기는 한 30여편을 썼어요”

 

극복도 빠르시니, 회복도 빠를 것 같습니다.

“제가 병을 받아들이고 난 후 가족, 친구가 힘을 주었습니다. 그 여분의 활력이 시를 쓰게하고, 그 시가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됩니다. 일상과 사람을 통해 재발견한 것을 통해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김해영 시인의 시와 시작노트는 30여편은 본보 토요일자 A8면에 매주 1편씩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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